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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이스북은 저작권 무법천지

입력 | 2016-12-15 03:00:00

한달 안된 최신영화 버젓이 유포… 하루만에 국내 드라마도 공유돼
저작권보호원, 관리 위탁 안받아… 삭제 요청 못해 강제로 못내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즐겨 하는 대학생 김지훈(가명·25) 씨는 얼마 전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개봉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한 영화의 ‘풀 버전’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클릭해 보니 2시간이 넘는 영화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난주 영화관에서 9000원을 내고 본 신작이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어 억울했다”고 말했다.

 11일 기자가 해당 계정에 들어가 보니 동영상은 9300회 이상 공유됐을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에게 유포된 상태였다. 해당 계정에는 방영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사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 국내 프로그램들도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한 불법 콘텐츠 공유가 성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파일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 ‘토렌트’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됐다. 그 경로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에 ‘영화공유’를 검색하면 무료 영화가 올라와 있는 페이지 수십 개가 검색된다.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개인 이름으로 등록해서 운영하는 페이지들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불법 복제물 중 ‘모바일 앱’을 통한 유통량은 전체 19.7%에 해당하는 약 3억7100만 개다. 토렌트(31.8%)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포털(16%)과 웹하드(15.7%)의 유통량을 추월한 수치다. 지난해 모바일 앱을 통한 불법 복제물 유통량은 2014년보다 1800만 개나 늘었다.

 현재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강제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페이스북은 저작권자나 저작권자의 권리를 위탁받은 기관이 신고하는 경우에만 콘텐츠를 내리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전혀 위탁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보호원에서 페이스북 등에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는 본사가 회사 약관에 따라 관리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저작권자가 직접 콘텐츠를 내려 달라고 신고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보호원 등이 저작권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 직접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