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이틀간 日방문 앞두고 쿠릴 4개섬 반환문제 선그어 日 ‘對러 제재’ 참여에 불쾌감 표명… 아사히 “미일동맹도 문제 삼아” 日언론 “트럼프 당선후 강경선회”
15, 16일 일본 방문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은 러시아의 영토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푸틴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영토 반환과 관련해 모종의 성과를 기대하는 일본 여론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뜻이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에도 “북방영토 문제는 내 세대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북방영토 반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러-일 간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양국은 1956년 소일(蘇日)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쿠릴 4개 섬 중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선언 9조에 2개 섬 양도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누구의 영유권으로 넘어간다는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공동선언의 틀 내에서도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일본이 미국 주도의 대(對)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제재를 하면서 어떻게 양국 간 경제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져야 할 의무가 있는데 러시아와의 합의를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미일 동맹관계 자체를 문제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 언론은 러시아가 강경으로 돌아선 데는 푸틴에게 호의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당초 러시아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일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언제라도 회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14일 일본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토 문제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들을 대거 쏟아냈다. 실제로 회담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해 아무 성과가 없을 경우 아베 총리는 상당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러시아가 영토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해 일본으로부터 경제 분야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