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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학교 비정규직, 교사수준 대우” 야당 법안추진에 ‘두쪽난 학교’

입력 | 2016-12-15 03:00:00


 학교의 비정규 직원을 교사·교육행정공무원과 비슷하게 대우하는 법률안이 추진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심각한 직종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교사·공무원은 선발 절차, 업무 부담 등에서 학교 비정규직과 큰 차이가 있는데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에 학교 비정규 직원은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법안의 조속한 추진을 주장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28일 발의됐다. 흔히 학교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교육공무직’은 행정실무사, 조리실무사, 급식보조원, 실습보조원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찬반 논란은 거세다. 교사나 교육행정공무원은 “법안 부칙에 ‘교사의 자격을 갖춘 교육공무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교원 자격을 취득한 뒤 필기시험, 수업 시연 등 과정을 거쳐 수십 대 일에 이르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반면에 교육공무직원은 지난해부터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공개채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각 학교에서 고용하다 보니 학교장이나 이사장의 친인척, 지인 등이 채용된 사례가 많다.

 이렇게 채용된 교육공무직원이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정규 교사가 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공개경쟁 시험을 거치지 않고 정규 교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는 교사가 되기 위해 누가 몇 년씩 힘들게 공부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 법안 10조에는 ‘교육공무직원의 보수는 교원 또는 공무원인 행정직원에 준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공무직원이 교사, 공무원과 같은 보수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의 강도나 책임성 면에서 교사, 공무원과 교육공무직원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같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경기지역의 한 학교 교육행정공무원은 “교육공무직원은 단순 업무나 보조의 역할이 필요해 뽑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무원과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공무직원은 불안한 고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고,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전환율이 63.2%에 불과하다. 이 법안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정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근무 연한에 따른 보수 상승률이 정규직보다 떨어지는 등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 의원실 측은 각 시도에서 조례로 운영돼 중구난방인 교육공무직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 법령을 마련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33%를 차지하는 학교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법안 발의 이유로 꼽았다. 유 의원 측은 “교육공무직원을 교사로 채용하는 부칙은 삭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보수도 같은 금액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직종별로 직무 분석을 한 뒤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