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숭호 정치부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가 시스템 재정비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청와대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들은 “외교안보는 책임·권한이 분명하고 지휘가 일원화해야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 지금 청와대는 일사불란한 대처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는 국가안보실장(장관급)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이 있었다. 당시 실장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차관급)을 휘하에 두고 직접 지휘했다.
청와대 참모의 고위직 현상은 부처와 갈등 요인도 된다. 현 정부의 국가안보실장은 모두 국방부 장관보다 육사 선배다. 김장수 전 실장(27기)은 김관진 전 장관(28기)보다, 김관진 실장은 한민구 장관(31기)보다 기수가 빠르다.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6회)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10회)의 외무고시 선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서울고 선배였다. 그러잖아도 소통이 안 되는 정부인데 부처가 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은 서열이었던 것이다. 천 전 수석은 “청와대가 비대해지면 정책조정자가 아니라 부처를 상대로 세부적인 간섭을 하는 조직이 된다”며 “이로 인해 모든 사건 사고의 책임이 청와대로 몰리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비서진은 참모에 머물러야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계급이 높은 사람이 많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차관급을 지낸 수석비서관은 차기 장관을 노릴 수 있어 자칫 부처 장관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고위직 청와대 참모의 직급에 맞춰 파견 직원의 직급도 덩달아 올라가고 숫자도 많아져 사실상 ‘제2의 내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외무부 제1차관보를 지낸 뒤 대통령의전수석, 외교안보수석을 마치고서야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차관을 지내고 수석비서관으로 가는 게 관행일 정도로 ‘인플레’가 돼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런 시스템의 개편까지 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 주자나 대선 캠프에서는 눈여겨보았으면 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조숭호 정치부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