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어제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2014년 말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보도 과정에서 확보한 파일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문건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춘천지방법원장 시절 대법관 진출을 위해 운동했다는 사찰 문건이 있다”며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를 사찰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두 문건이 국가정보원에서 ‘대외비’로 작성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단순 동향보고라고 해도 국정원이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지속적으로 사찰해 문건을 만들고 청와대에까지 보고했다면 중대한 삼권분립 위반이다. 조 전 사장이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듯이 독재정권의 유습인 이런 문건은 언제든 사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이 “법관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이 이루어졌다면 실로 중대한 반(反)헌법적 작태”라며 사법권 독립을 우려한 것은 당연하다. 정권에 의한 헌정질서 문란 사태가 될 수 있는 만큼 특검은 사법부뿐 아니라 전방위 사찰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조 전 사장은 또 최순실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가 현직 부총리급 공직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계일보가 공개한 문건에는 “요즘 정윤회를 만나려면 7억 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 전 사장은 그가 누구냐는 질문에 “현직 부총리급 공직자”라고 말해 감사원에서 ‘부인 자료’를 내놓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호 아래 최순실과 정윤회는 ‘성역’으로 감싸면서 사건의 축소·은폐를 주도한 인사가 김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을 조사했던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은 공중분해됐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청문회에서 자신과 기자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MBC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 ‘감청이나 도청, 사찰’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부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이 불법 사찰과 도·감청, 공직자 뇌물 의혹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 모든 의혹에 대해 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게 나라냐’고 되뇌는 국민의 울분을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