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도깨비’
vN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왼쪽)과 김신(공유). 두 인물 은 너무나 안타까운 운명을 지녔음에도 주고받는 대사는 귀엽고 차지다. 근데 이런 왔다 갔다 변죽이 꽤나 매끄럽다. 화앤담픽처스 제공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보다 문득 궁금증이 밀려온다. 뭐랄까. 최근 이 ‘웹툰스러운’(실제로 웹툰 원작인 경우가 많다) 장르는 사극이나 불륜만큼 흔하게 쏟아진다. 하나의 장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살짝 지겨워질 찰나, 도깨비는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래도 안 봐? 이제 겨우 시작이야.”
현재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무척 뜨겁다. 지난주 4회 시청률은 12.7%(TNMS 제공)까지 치솟았다. 같은 판타지 로맨스 계열이라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최근 시청률은 14.8%. 살짝 앞서긴 하나 지상파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면 겸연쩍은 우위다.
이마저도 향후 분위기를 점칠 수 있는 ‘화제성’을 보면 뒤집어질 공산이 크다. 온라인 분석업체 ‘굿데이터 코퍼레이션’(대표 원순우)이 12일 발표한 12월 첫 주 드라마 부문 순위를 보면 도깨비의 화제성 점유율은 47.6%에 이른다. ‘푸른…’은 2위이긴 하나 14.9%로 엄청난 격차다. 이는 올해 최고 인기작인 김은숙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와 견주어도 놀라운 폭발력. 방송 2주 만에 1만2000점을 넘었는데, 이는 ‘태양…’이 5주 차 때 기록한 스코어다. 초반이긴 해도 ‘태양…’마저 누를 기세다.
도깨비는 왜 이렇게 인기일까. 이게 너무 간명해서 오히려 설명이 녹록잖다. 그냥 ‘잘 만들었다’. 공유는 어마무시하게 근사하고, 김고은은 얄밉게 연기를 잘한다. 이동욱이나 유인나(써니 역)도 특급 디자이너의 오트쿠튀르(맞춤복)를 입었다. 설정도 흥미롭고, 대사도 쫄깃하다. 초반에 캐나다 촬영분이 많은데 캐나다 관광청 신났겠다 싶다. 다른 드라마도 기왕 돈 쓸 거면 이렇게 좀 찍었으면. 공유가 광고 모델인 ‘카× 커피’ 간접광고 노출마저 웃어넘겨진다.
물론 도깨비 역시 ‘김은숙 드라마’의 도돌이표 스타일이 기시감이 크긴 하다. 멋들어진 ‘백마 탄’ 남주인공은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태양…’으로 쭉 이어졌다. 여주인공은 언제나 억척스럽고 독립적이지만 결정적일 때 ‘민폐녀’인 것도 낯익다. 화면 구성은 최대한 근사하게 가면서도 코믹을 섞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엔 김고은이 고3 설정인지라 ‘원조교제’ 필이 난단 지적도 있다.
그건 그렇고. 도깨비 놈 때문에 시청자는 앞으로 판타지 로맨스 한참 보게 생겼다. 뭐, 이렇게 만들어만 준다면 흑묘백묘 가리겠냐만. 금 나와라, 뚝딱!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