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4차 청문회]박헌영 前K스포츠 과장 증언 “더블루케이 사무실 비울때 방치”… 최순실 ‘오판’이 발등 찍은 꼴 최순실 녹음파일 추가 공개 “왜 폭로 못막았나… 얘기 짜 보라”… SK에 출연금 요구사실 은폐 지시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을 밝힌 결정적 증거물인 태블릿PC가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최 씨의 ‘오판’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15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블릿PC가 있었던 서울 강남구 더블루케이 사무실 내 고영태 씨의 책상을 왜 방치했느냐는 의문과 관련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당시는 최 씨와 그의 측근인 고 씨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고 씨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던 때인데 사무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고 씨가 직접 용달을 불러 들여온 책상이라 이를 무턱대고 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의대로 치울 수 없어서 최 씨에게 물어보니 ‘그건 고 상무가 알아서 하게 놔두라. 괜히 건드리면 법적으로 걸고넘어질 수 있다’고 해 두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씨의 이 같은 지시 때문에 책상 안에 태블릿PC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둔 채 사무실을 정리하고 건물 관리인에게는 “책상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태블릿PC의 소유주가 논란이 되자 검찰도 11일 최 씨의 것이 맞다고 다시 한 번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태블릿PC의 위치가 최 씨의 동선과 일치하고 최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저장돼있다는 점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 태블릿PC 외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태블릿PC, 고 씨가 소유한 태블릿PC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 씨가 독일에서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출연금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의 은폐를 지시하는 통화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전날에 이어 통화 녹음파일 5개를 추가 공개하며 “통화 상대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고, 최 씨의 귀국 3일 전인 10월 27일 통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씨가 “왜 정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라고 탓하자 상대방은 “(K스포츠재단의) 정동춘 이사장과 김필승 이사도 막으려 했는데 본인이 완고해서 못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씨는 “얘기를 짜 보라”며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을 조작하라고 지시하며 “안(종범 전 수석)은 지금 뭐라 그런대요?”라고 묻기도 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