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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내년 전월세 동결 추진” 전문가들 “포퓰리즘” 비판

입력 | 2016-12-16 03:00:00

[빨라진 대선 시계]윤호중 정책위의장 “서민들 위해 내수위축 막을 획기적 조치 고려”
부동산업계 “시장원리에 어긋나” 소유주들 미리 전월세 올릴 가능성
정부 ‘상한제 도입 협상카드’ 주시




 더불어민주당이 주택과 상가의 전월세를 내년에 한해 올리지 못하게 동결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민들의 어려워지는 살림살이를 감안해 세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공략하는 카드로 내놓을 정책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한 해에 한해 상가 주택 전월세 동결 조치를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우려되는 내수 위축을 막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획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의장은 “당에서는 700만 자영업자, 가족까지 2000만 명, 그리고 2500만 세입자들에게 가계 부담과 영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가 및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을 촉구해 왔다”라며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전월세 부담 문제를 해결한다면 자영업자와 세입자, 특히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한시 적용으로 (법조문을) 약간만 손보면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 상가 계약은 동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이런 제안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인(私人) 간의 거래를 정부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데 가격 동결책은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시장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인 상당수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친(親)서민 정책’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가 자칫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은 내년 1년에 국한될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칫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시장에 ‘임대료는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규제가 늘수록 임대 사업을 하려는 잠재적 공급자들을 움츠러들게 해 장기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주택의 질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동결책이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 증가로 겨우 진정 기미에 접어든 전월세 시장을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동결이 현실화되면 법 시행 직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90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고 집주인들이 나서면서 1989년에만 전년 대비 17.5%, 1990년에는 16.8%나 전세금이 폭등했다.

 정부는 야당의 제안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협상 카드’가 되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 동결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인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앞서 야당이 꾸준히 제안했던 전월세 상한제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comedy9@donga.com·길진균 / 세종=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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