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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드론의 김일성 동상 공격

입력 | 2016-12-16 03:00:00


 지난달 25일 숨진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묘비는 커다란 둥근 암석에 ‘피델’이라는 이름만 달랑 붙인 소박한 형태다. 그는 자신의 동상이나 기념비를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도로, 공원 등에도 자기 이름과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개인 우상화에 반대한 것이 오히려 국민들 기억에 좋은 모습으로 오래 남으리라는 것을 역사에서 배운 듯하다. 체제 변혁을 겪은 사회주의 국가에선 스탈린, 레닌 등의 동상이 주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파괴되는 수모를 겪었다.

 ▷북한이 14일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 잠입한 탈북자들이 ‘최고 존엄’ 동상에 대한 타격 시험을 했다며 “주모자, 가담자들은 지구상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탈북자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말 중국으로 사람을 보내 북한 혜산시 김일성 동상, 보천보전투승리 기념탑까지 드론 2대를 띄워 보내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언론에 밝혔다.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영국 케임브리지 부근의 주민에게 드론을 이용해 상품을 전달하는 첫 상업적 배달에 성공했다. 드론은 군사 분야에선 실용화한 지 오래다. 미국은 본토에서 드론을 원격조종해 중동 등에 있는 테러 용의자들을 감시하고, 제거한다. 게임하듯 적을 없앨 수 있는 시대다. 당하는 쪽에선 하늘의 새도 의심해야 할 판이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일 것이다.

 ▷북을 응징하는 방편으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타격하자는 주장은 탈북자 등을 중심으로 줄곧 제기됐다. 북에 주는 충격과 파장이 대북 전단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경우 예기치 않은 보복 도발이나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가 2013년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폭파하는 계획에 대해 “통쾌하지만 어리석다”고 평한 것도 그래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 시절이던 그해 4월 국회에서 “동상 타격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 것도 그런 고민을 깔고 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