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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도로 친박당, 앞이 안보이는 새누리

입력 | 2016-12-17 03:00:00

친박 정우택 원내대표에 당선…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 일괄사퇴
비박 “실망”… 탈당엔 신중모드, 탄핵 국면에도 여전히 집안싸움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이 됐다. 보수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자기 정화 능력’인데, 새누리당에선 완전히 무너졌다.”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가 다시 승리하자 비주류의 장탄식이 이어졌다. 친박계가 지원한 정우택 의원은 전체 의원 128명 중 11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62표를 얻어 비주류가 내세운 나경원 의원(55표)을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일주일 전인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탄핵안 찬성표는 최소 62표로 반대표(56표)를 넘어섰다. 하지만 탄핵안 찬성이 곧 비주류 지지는 아니었다. 친박계의 결집은 여전했다.

 비주류 측을 누른 친박계 이정현 지도부는 이날 오후 즉각 사퇴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당 운영의 전권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사퇴 회견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향후 일정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밝힌 사퇴 시한(21일)에 맞춰 비대위를 출범하겠다는 기존 구상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지도부 사퇴는 비주류의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지만 친박계가 다시 당권을 차지한 만큼 오히려 시간을 벌기 위한 ‘일보 후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비주류는 ‘탈당이냐, 잔류냐’를 두고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한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고, 유승민 의원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도 탈당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비주류가 당권 탈환에 실패하면서 비주류 내 주도권이 탈당파에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비주류의 집단 탈당과 분당(分黨)의 현실화는 정 원내대표가 추천하고 전국위원회에서 선임할 비대위원장 인선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까지 친박계가 독식한다면 비주류는 탈당 카드를 뽑아들 수밖에 없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비주류가 추천하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친박 실세의 2선 후퇴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해체도 약속했다. 비주류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탈당 명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가 비주류 맞춤형 비대위원장을 추천한다면 다시 공은 비주류에 넘어온다. 비주류의 한 인사는 “앞으로 친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갈라치기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친박계의 계산된 유화 제스처로 비주류의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새누리당은 친박, 비주류 할 것 없이 ‘우물 안 싸움’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