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에 친박 정우택]정우택 62:55로 나경원에 승리
미소 띤 친박, 고개 숙인 비박 16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다(왼쪽). 친박계 이정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는 이날 정 신임 원내대표가 결정된 뒤 긴급 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반면 이날 원내대표 선거에서 패한 비주류 나경원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유승민 의원은 무거운 표정으로 의총장을 떠났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탄핵풍(風)’ 속 비주류 패인(敗因)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비주류에게 비교적 유리한 여건이었다. 탄핵안 가결로 비주류가 기세를 올리고 있었고 박 대통령의 징계를 막으려는 친박계의 ‘윤리위 파문’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명 안팎의 중립 성향 의원 중 절반은 ‘보수의 화합’을 방패로 삼은 친박의 전략에 흔들렸다. 이정현 대표가 14일 “당을 나간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읍소한 데 이어 조원진 최고위원이 전날 지도부 총사퇴를 공언한 게 표심에 작용한 셈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전날 초선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 비주류, 탈당이냐 잔류냐
난파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의 원내사령탑이 된 정 원내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자민련 소속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 충북도지사, 국회 정무위원장 등을 지냈다. 러닝메이트인 이현재 신임 정책위의장(재선·경기 하남)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를 지내며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는 찬성 입장을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개헌 정국을 이끌어 내년에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또 “사즉생(死則生·죽으려 하면 산다)의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한번 살려보자.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오후 총사퇴로 바로 호응했다.
한동안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정 원내대표는 탈당과 잔류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비주류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도와 비주류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되는 게 합리적이다”, “(책임 있는 친박을) 찾아뵙고 2선 후퇴를 정중히, 강력히 요청하겠다”는 발언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정 원내대표로선 ‘친박계 원내대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야당을 상대로 국정 수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당분간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냉각기를 갖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