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일주일… 野와 곳곳 마찰
한미연합사 찾아 동맹강화 강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군의 안보 태세를 점검한 뒤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은 군사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앞줄 왼쪽부터 한민구 국방부 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 황 권한대행. 국무총리실 제공
황 권한대행 체제가 16일로 일주일을 맞았다.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야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황 권한대행은 “필요한 인사는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 국정 공백 최소화에 안간힘
9일 오후 7시 3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황 권한대행은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이후 황 권한대행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안보’였다.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첫 현장 방문도 12일 합동참모본부였다. 16일에는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한미동맹이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북한 도발 시에는 즉각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총리실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했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선례도 있어 황 권한대행이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꽉 막힌 대야 관계…인사권 행사도 쟁점
반면 야당과의 관계는 꽉 막혀 있다. 여당의 내분까지 겹치면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제안한 야 3당 대표들과의 개별 회동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거부했다. 20, 21일로 예정된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야당은 16일에도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를 계속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이 탄핵 민심을 외면한 불통 행태를 보인다면 국회 차원에서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에 협조하지 않으면 황 권한대행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권한대행은 극히 일부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뿐”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취지다.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지도 논란거리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황 권한대행의 승인을 얻어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마사회장에 내정하면서 인사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총리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경제 및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중 부득이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인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관급에 대한 인사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감사원 감사위원 등 차관급 4명,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장 4명 등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