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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권력 독립만큼 여론 독립 필요”

입력 | 2016-12-17 03:00:00

17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찬반 집회 예정… 법조계 우려 목소리
헌재 “심리 지장” 시설보호 요청… 일각 “헌법 판단기관 압박 안돼”




 17일 열리는 8차 촛불집회에서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주최 측과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보수단체가 모두 헌법재판소로 향한다. 이들의 행진과 집회시간은 서로 달라 충돌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헌재 앞에서 열리는 찬반 집회가 업무에 지장을 줘 자칫 신속한 심리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그동안 촛불집회 행진·집회 양상과 달리 이번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와 탄핵 인용을 압박하기 위해 행진 코스에 헌재 앞 100m 지점과 총리공관 앞 100m 지점을 거쳐 청와대로 행진하는 코스를 추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오후 6시 30분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헌재에서 100m 지점인 북촌로에 위치한 음식점 만수옥 앞까지 행진한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20∼30분 동안 연 뒤 다시 북쪽 방향인 가회동 주민센터 앞으로 향한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헌재 근처 안국역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헌재 정문 앞에 일단 1개 중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맞춰 기동대 투입 인력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집회 과열을 우려한 헌재는 14일 “소음 등으로 재판관들 업무에 지장이 있다”며 경찰에 시설보호와 재판관 신변안전을 요청한 상태다.

 집회 양상이 ‘헌재 재판관 압박’으로 변하면서 학계와 시민들 사이에선 “민심이 국회를 압박할 수는 있어도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하는 헌재까지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견을 조율하는 국회와 달리 헌재는 독립된 법률 판단기관이라 위력 과시는 반헌법적이고 후진적이란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형 집회를 열고 압력을 주면 재판부 논의 및 심리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탄핵 인용 촉구 집회 수준을 넘어 재판관 개개인을 향한 압박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있다. 누리꾼 사이에선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재판관의 가족 신상을 털어 여론 재판까지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성방 서강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헌법절차에 따라 탄핵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혼란을 야기하는 집회는 탄핵 찬성 쪽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안국역 4번 출구까지만 행진을 허용했다. 당초 주최 측이 신고한 헌재 앞 100m 내 북촌로 31 지점 등에서의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