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앞장서서 대화로 野 설득하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 60% 지지받으며 퇴임하는 오바마 오바마 같은 지도자, 우린 언제나 만날까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최근 미국의 대중잡지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게 되는 대통령 부부를 인터뷰한 내용을 표지 기사로 크게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그동안 정치적 부침은 있었지만 우리가 시작했던 때에 비해 지금 미국이 훨씬 더 나아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할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인 미셸 여사와 함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미국 어린이들이 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계속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긴 새로운 여정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으로 멋진 대답이다. 우리의 대통령은 아니지만 퇴임하는 모습이 이렇게 당당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못내 부럽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이 가까워지면서 화제가 된 것이 ‘마이티 덕(mighty duck)’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이 말은 ‘강한 오리’라는 뜻을 지니지만, 사실은 ‘레임 덕’이라는 말과 반대되는 새로운 용어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를 빗대어 만들어낸 것이다.
오바마는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의 새로운 ‘변화(change)’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고 침체에 빠져 있던 미국 사회를 흔들었다. 그의 열정적인 연설과 신념에 찬 정책들은 흑인뿐 아니라 백인들에게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어냈으며, 48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역사상 첫 흑인(혼혈)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을 위해 언제나 스스로 앞장서서 의회를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예리한 판단력의 소유자였고 노련한 연설가였지만 자기주장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 대외정책의 큰 방향을 바꾼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킨 후 미국의 교육 개혁, 총기 규제, 오바마 케어로 지칭되는 건강보험 개혁 등 굵직한 국가 과제를 추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야당 지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주례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당면 과제를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들이 그대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미국의 국민은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정책에 새로운 관심을 갖고 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설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적인 리더십이 대화와 소통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한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대화와 소통으로 모두와 함께하고자 노력했던 열정적인 지도자가 복잡한 세계 정치의 무대에서 물러난다. 그의 소탈한 인품과 분명한 행보와 품격 있는 연설을 세계인들은 모두 그리워할 것이다. 오바마와 같은 젊고 활기찬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