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호사로 자격 제한 법학자 등 다양한 경력 재판관 기용 검토 [2] 임기 비슷해 연속성 떨어져 3분의 1씩 교체하도록 차등화 필요 [3] 대통령 영향력 큰 임명 방식, 국회 의석수 비례하는 방식 거론 [4] 대법원과 갈등 해소… 최고 법원 지위 교통정리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시작한 헌법재판소 너머로 멀리 청와대가 보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 헌재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월 선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와 맞물려 결정 시기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점쳐지고 있다.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또다시 대두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헌재의 역할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동시에 헌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 해소하지 못한 현안을 최종적인 헌법해석권을 가진 헌재에서 해결하라는 식의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헌을 통한 헌재의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헌재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는 ‘헌법재판관의 구성 방식’이다. 현재 9명의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도록 돼 있다. 임기는 6년으로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요구된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의 임명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제기됐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의 임명 방식은 헌재의 권위와 민주적 정당성과도 직결된다. 현재의 소장과 재판관 지명 방식에서는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우선 헌재 소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재판관도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여당이 다수당일 경우 국회 몫인 3명 중 많게는 2명까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헌재 인선에 대한 대통령의 과도한 영향력은 삼권 분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는 방식 또한 상호 독립적인 두 기관의 성격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일처럼 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의석수에 비례해 시차를 두고 임명하는 안이나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지명하는 안이 거론된다.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재판관 9명 모두 국회에서 가중다수결로 뽑도록 해 국회 소수세력도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재판관으로 임명되게 하거나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해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헌재 측은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추상적 규범 통제’의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 제도의 하나인 추상적 규범통제는 법원의 재판과 관련이 없는 법률도 심사하는 제도로 예방 차원에서 법률 시행 전 위헌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지금 헌재는 법률 시행 이후 사후적으로 법률을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 통제’를 인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 자체에 위헌성 논란이 있는 경우 헌재가 바로 판단해 국민의 권리 침해를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소모적 논쟁과 사회집단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