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친박 핵심 걷어낸 뒤 김무성-유승민 용쟁호투 예고…승부사 김용태 부상 가능성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동아일보]
비박계 결집에 놀란 친박(친박근혜)계도 11월 13일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모임을 출범했다. 11일 심야회동에 참석한 친박계는 모두 50명이었다. 하지만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발기인 명단에 이름은 올린 친박계는 36명에 불과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속에서 동요하는 친박계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찌됐건 이제 친박계와 비박계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됐고, 각자 유력한 대권주자를 내세워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조율사형 반기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동아일보]
반 총장은 최근 제3지대 보수 신당 창당에 좀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은 탈당한 비박계가 보수 신당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때 비박계의 합류는 개별 입당 형태가 될 테고, 선택권과 주도권은 반 총장이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박계는 이 시나리오를 가장 마지막 카드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새누리당을 선점한 상태에서 반 총장을 받아들이는 편이 선택권과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친박계를 설득 또는 굴복시킨 뒤, 반 총장 영입을 먼저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결국 경선이 문제다.
선비형 유승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동아일보]
그래서 비박계 탈당의 키맨도 결국 유 전 원내대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 부분에서도 단호하다. 비공개 회의에서 이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이정현 대표가 매번 28만 당원을 얘기하는데, 우리야말로 28만 당원을 저들에게 맡겨두고 갈 수 없다.” 공개적으로도 그는 “당 안에서 당의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지금까지 행보가 잘 보여준다.
돌이켜보니 박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비서진을 분노케 했다는 그의 ‘청와대 얼라’ 발언도 맞는 말이었다. 원내대표에서 밀려날 때 그는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강조했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그는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강조했다. 촛불집회로 국민주권 시대가 열릴 것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한 발언이다. 그렇다고 그가 도사는 아니다. 다만 원칙과 명분에 충실할 뿐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도 그에게는 유리한 변수다. 김 전 대표는 4월 총선 당시 그를 위해 ‘옥새 들고 나르샤’까지 연출했던 바다. 이번 탄핵국면에서도 두 사람의 팀플레이가 주효했다. 김 전 대표가 골키퍼였다면, 유 전 원내대표는 스트라이커였다. 그래서 친박계도 최근 두 사람만 꼭 짚어 출당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수적인 면에서도 친박계를 앞서기 시작한 비박계의 중추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역할분담은 이어질 것이다. 중간에 생각을 바꿔 대선 출마로 회귀하지 않는 한, 김 전 대표는 조직 면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보스형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동아일보]
친박계를 향해 8적만 탈당하면 나머지는 모두 함께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공개적으로는 8적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수면 아래서는 나머지 친박계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합류를 설득했을 터다. 친박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모임의 수가 늘지 않는 데는 이런 김 전 대표의 공작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친박계라고 하지만 핵심 친박 인사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친박계는 이 정부 내내 찬밥 신세였다. 변두리 친박은 친박도 아니었던 것이다. 최순실보다 못한 허울뿐인 친박계였던 셈이다. 이들로서는 김 전 대표의 공작이 차라리 반갑기조차 할 것이다.
친박계 이삭줍기는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가 기울기 시작했기 때문에 친박 8적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차라리 김 전 대표에게 투항하고 미래를 약속받고 싶은 심정도 없지 않을 테다. 왜? 김 전 대표라면 이면합의도 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스가 달리 보스인가. 통 크게 수용하니까 보스지. 그런 점에서 일시 귀양살이를 전제로 친박 8적이 탈당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승부사형 김용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동아일보]
이후에도 그는 친박계를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돈키호테다. 이번에도 가장 먼저 선도 탈당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해체하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박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이 두 쪽 나도 정기국회 내 탄핵을 의결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그 일파들을 단죄해야 한다.’ 11월 29일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발언 강도로 보면 이재명 시장을 능가한다. 그런데 뜨질 못한다. 대중이 아직 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단숨에 뜰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그는 대전 출신이다. 이른바 충청권이다. 그런데 고향이 아닌, 새누리당 열세지역인 서울 양천을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이다. 4월 총선 때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줄줄이 낙선하는 속에서도 그는 살아남았다. 그가 한국의 트럼프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6년 12월 21일~27일자 10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