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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중요하지만 무시되는 인사 원칙

입력 | 2016-12-19 03:00:00


문권모 경제부 차장 

 박근혜 정부의 행보와 최순실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엔 ‘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가 실세라는 이야기가 돌 때마다 높은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권력 중심에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사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는 이런 행태가 낯설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해 고위 관료가 되는 것이 모든 선비의 꿈이었다. 입신양명은 효도의 으뜸으로 여겨졌다. 농업 이외의 다른 산업이 천하게 여겨지고, 정치권력이 거의 모든 국가 운영을 좌우하는 체제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을 것이다.

 물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 모두를 비난할 수는 없다. ‘성취동기’가 높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야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라 나라나 조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도 많다.

 문제는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이 윗자리에 앉으면 아무리 뛰어난 조직이라도 성과(performance)가 뚝 떨어진다. 조직의 수준은 리더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부품이 최신이라도 중앙처리장치(CPU)가 구식인 컴퓨터는 절대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없다.

 여기에 능력이 떨어지는 리더가 그릇까지 작으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등용하지 않고 소위 ‘딸랑이’들만 중용해서다.

 능력에 관계없이 오직 자리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조직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망친다. 이런 사람들이 윗자리에 올라간 조직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생각이 자라난다. 조직 안에서 내부 정치가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 내부 정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뭐 하냐’는 식의 패배주의를 양산하는 동시에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인사조직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은 공저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The Knowing-Doing Gap)’에서 사내 정치가 낳는 내부지향 시각이 기업에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내부지향적 사고는 직원들의 관심과 에너지가 모두 내부의 정치적 싸움에만 쏠리게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외부 변화에 대한 조직의 반응속도와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업무실행 속도까지 느리게 만든다.

 인사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높은 자리에 올리는 것이 첫째요, 역량이 달리는 사람을 고위직에 등용하지 않는 것이 둘째다.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는 종종 두 번째 원칙을 잊거나 무시한다.

 무능한 사람을 윗자리에 앉혀놓아도 아랫사람들만 잘하면 조직이 그 나름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공사(公私) 모든 조직의 인사가 이뤄지는 이즈음, 제대로 된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권모 경제부 차장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