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천 야생조류서 검출… 2014년 발생 유형과 같아 비상 20년만에 AI 옮기는 쥐잡기 운동… 살아있는 닭 유통도 전면금지 내년 방역예산, 올해보다 적어 “전염병에 안일한 판단” 지적
정부와 관계기관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여 년 만에 쥐잡기 운동도 등장했다. 곡식이 떨어져 있는 논밭에 AI 감염 철새가 내려앉고 들쥐가 이 철새의 분변을 묻힌 채 농장으로 이동해 AI를 전파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가에 쥐 퇴치약품 5t을 지원하고 21일부터 매주 수요일 전국 일제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충청북도는 다음 달 3일까지를 쥐잡기 운동기간으로 정했다.
이런 조치에도 AI는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 18일 0시까지 전국에서 도살처분된 닭·오리는 1467만9000마리다. 도살처분 예정인 338만6000마리를 합하면 1806만5000마리에 이른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는 사육하던 황새 2마리가 폐사해 17일부터 동물원이 임시 폐쇄됐다. 같은 날 경북 경산에서 발견된 큰고니 사체에서도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8개 시도, 27개 시군에 AI가 퍼진 셈이다.
이에 따라 AI 발생 초기에 강력 대응한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일본 돗토리(鳥取) 현에서도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현재 도살처분된 닭·오리는 57만여 마리에 불과하다. 발견 즉시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전면적인 방역을 시작해서다. 시 단위로 방역대를 설정하고 ‘철새 주의’ 문자만 농가에 보낸 한국과는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가 내년 가축방역예산(1076억 원)을 올해(1126억 원)보다 적게 책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AI 등 가축 전염병의 위험에 대해 여전히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닭·오리 고기의 소비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닭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오리고기는 17% 이상 줄었다. 반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달걀은 16일 기준 특란 한 판(30개)의 평균소매가격이 6365원으로 지난해보다 18.6%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