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우리 돈 약 55억 원 가치에 달하는 이 특별한 장물을 그는 팔지 않고 보관했다. 1990년 체포되어 5년 11개월 징역형과 20만 달러 벌금형 선고를 받고 복역했지만, 출소 후 여러 번 같은 혐의로 체포되었다. 변호인은 블룸버그의 정신 이상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세 때부터 30년간 유럽 각지 서점, 도서관, 박물관, 교회 등에서 5만2000권을 훔친 영국의 덩컨 제번스도 전설적인 책 도둑이다. 1993년 그가 체포된 뒤 4만여 권을 본래 소장처에 되돌려주는 데 2년이 걸렸고 1만2000여 권은 경매 처분되었다. 제번스는 학문에 대한 선망과 지식욕을 채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량들이 종이 신발 신는 것을 멋으로 알고 또 이를 만들어 파는 자가 많은데, 신발 만들 종이를 구하고자 사대부 집과 관가에 책 도둑이 성행하니 단속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숙종 9년(1683년) 한성판윤이 올린 상소 내용이다. 책 절도의 이유치고는 역사상 참 드문 경우다. 조선 종이의 빼어난 내구성을 증언한다 할까.
도서관 대출 자료 미반납도 심하면 절도가 될 수 있다.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채핀 메모리얼 도서관 측은, 1996년 이후 책을 반납하지 않은 900여 명을 고발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들도 이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반납이 늦어져도 일정 기간 대출해주지 않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 잊는 것이 빌린 책인지 양심인지 모호해지기도 쉬운 책 미반납을 근절할 묘안은 없을까.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