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공급이 줄어든 계란 값이 최근 2주일 동안 약 10%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 롯데마트는 오늘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도 10% 정도 추가 인상키로 했다. 정부도 계란 수입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오늘 라면값이 평균 5.5% 오르자 물가가 더 뛰기 전에 라면이라도 더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최근 한 달 새 맥주, 콜라, 빵 등 생활물가가 오른 데다 경기 악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를 줄이는 ‘소비 절벽’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 중 월평균 지출이 100만 원을 밑도는 가구 비율이 올 3분기(7∼9월) 13.01%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2009년 3분기(14.0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3분기에 반영되지 않은 ‘탄핵 정국’과 미국 금리인상 요인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소비와 경기의 동반 위축이라는 악순환이 더 두드러질 위험성이 높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고 소비, 투자, 수출, 일자리에도 비상등이 켜졌지만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불황 극복은 한계가 있다. 미국이 최근 금리를 올려 외국자금의 한국시장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낮추긴 어렵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에너지공기업 신규 투자 확대, 각종 기금 동원을 담을 예정이지만 얼마나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400조 원대의 ‘슈퍼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지 보름 남짓밖에 안됐는데 나랏빚을 동원한 내년 상반기 추경 편성에 동의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