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 일해 쥐는건 月150달러… 배급식사 너무 열악해 쓰레기통 뒤져
어둠이 깔렸지만 그는 여전히 작업복 차림이었다. 헐렁한 주황색 작업복 위에 형광조끼까지 걸쳐 입었는데도 160cm가 안 되는 키와 깡마른 몸매는 가려지지 않았다. 북한 건설노동자 A 씨가 일하는 곳은 카타르 도하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 최근 찾아간 이곳은 근처 다른 공사 현장과 달리 거대한 조명을 켠 채 야간작업이 한창이었다.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이 2개 조로 나뉘어 24시간 일하는 곳이다.
A 씨는 올해 카타르에 왔는데 북한 건설사가 주는 식사가 너무 열악해 처음 보름 동안은 아예 못 먹었다고 털어놨다.
“일이 워낙 힘든 데다 안 먹으면 죽으니까 지금은 주는 대로 먹습니다. 새벽에 나와 하루 14시간 일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면 북에 두고 온 부모님과 처자식 이름만 되뇝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김정은 체제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14시간 주 6, 7일 일하고도 정당한 월급은커녕 최소한의 인권도 누리지 못하는 현대판 노예이다. 동아일보는 12월 집권 5주년을 맞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돈줄이 말라가자 통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동과 유럽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착취하는 실태를 추적했다. 노동자들은 중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먹지 못해 쓰레기통까지 뒤지지만 북한 건설사는 현지 발주 회사 몰래 노동자들을 다른 건설 현장에 보내 휴일에도 일을 시키고 있었다. 또 인력 송출로 인한 외화벌이마저 어려워지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한국인과의 접촉이 일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 중엔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거나 ‘북조선’ ‘남조선’ 대신 ‘북한’과 ‘한국’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해외로 파견된 이들은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세상 물정을 빠르게 접하고 있는 듯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이었다.
도하=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