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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땐 짝지어서 행선지 꼭 밝혀야”

입력 | 2016-12-20 03:00:00

[‘21세기 노예’ 北 해외노동자]北, 태영호 탈북이후 감시 강화
탈출자 이잡듯 수색… 강제송환




  ‘이런 데서 정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가 집단 거주하는 사일리야 지역 캠프 일대에 들어서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리는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해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맨땅에 대충 세운 컨테이너 가건물이라 최고 기온 50도에 육박하는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 지역이어서 건물 앞 곳곳에는 자체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 숙소는 북한 건설사에서 임차료를 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 달러(약 7080만 원)가 넘는 카타르의 초고가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주로 황무지에 지어진 가건물을 빌린다. 허름한 숙소는 4인실에 2층 침대 4개를 놓고 8명이 쓴다. 컨테이너 가건물 외부에는 허름한 티셔츠와 작업복 등이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북한 건설노동자를 꾸준히 접해 온 이종설 카타르한인상공인협의회장은 “북한인 캠프 안에는 하수도가 없어 매일 오물을 직접 퍼내야 한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공사장에서 일하고 동트기 전 숙소를 나서는 일상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하는 북한 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공사 현장이나 숙소에서 몰래 도망치는데, 딱히 갈 곳이 없는 처지인 데다 북한 건설사의 집중 수색에 대개는 일주일 안에 다시 잡혀 온다. 북한 당국은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건이 알려진 8월부터 모든 노동자가 휴일에 외출할 때 2, 3명이 짝지어 다니게 하고 행선지를 외출 장부에 적도록 한다.

 북한 건설사가 노동자들에게 뿌린 행방불명자 수배문을 보니 얼굴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키, 입국일, 북한 집 주소, 행방불명 날짜, 작업 현장, 옷차림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 사내는 공사 현장에서 탈출했다가 4일 만에 붙잡혀 북한에 강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일리야=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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