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첫 재판]
피고인석 향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 씨(수의 입은 사람)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개정 전까지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에게 공 넘긴 최순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은 탄핵심판 중인 박 대통령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 씨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 “최 씨와 어떤 관련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 등의 주장을 펼치며 최 씨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공모자로 지목된 최 씨 스스로가 박 대통령과의 공모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참조해 작성된 국회의 탄핵 사유를 흔드는 효과도 있다. 최 씨 등 피고인들은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의 허점을 파고들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 안 전 수석 “비선 실세 존재 의심하고 문의”
안 전 수석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의 응답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최 씨의 영향력을 부정한 것도 대통령 탄핵심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스스로 최 씨의 영향력을 일부라도 시인하게 되면 ‘최 씨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탄핵심판 변론에 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
안 전 수석 측은 이날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비선 실세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없다’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은 그 말을 믿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최 씨를 단지 정윤회 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 전 수석에게 문화 융성 등 좋은 취지로 협조를 받으라고 지시했을 뿐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거나 “참모진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오해해 과도한 직무 집행이 이뤄졌을 수 있다”라며 안 전 수석과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 피고인 8명 중 정호성만 혐의 인정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을 통해 최 씨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공범들의 다른 혐의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초기에 혐의를 인정해 재판부의 선처를 이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서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대체로 대통령 뜻을 받들어서 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 변호인은 차 씨가 운영했던 회사 자금 횡령 등 개인 비리 혐의만 인정하고 KT 인사 개입과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인수 시도 등 국정 농단 관련 혐의는 부인했다. 차 씨의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 4명도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