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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대법정’ 전두환-노태우도 섰던 곳

입력 | 2016-12-20 03:00:00

[최순실 첫 재판]일반 방청석 150석… 대형재판 단골
법원, 중대성 의식 이례적 촬영 허용




 최순실 씨가 19일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법조계에서 ‘역사적 법정’으로 불리는 곳이다. 대형사건에 연루된 전직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 대기업 총수 등이 수의를 입고 고개를 숙였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417호 대법정은 일반 방청석만 150석이다. 법정의 큰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국민의 이목이 쏠린 대형 재판은 주로 여기에서 열렸다. 대표적인 재판이 1996년 3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12·12쿠데타 및 비자금 사건 재판이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손을 꼭 잡고 재판을 함께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7년 3월 한보비리 사건 재판도 이곳에서 열렸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 총수는 이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재벌 총수는 휠체어를 타고 재판을 받는다’라는 세간의 뒷말을 만들었다. 기업인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현철 씨의 공판 역시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외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외화 해외 밀반출 사건 재판 등이 이곳에서 열렸고 가장 최근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이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417호 법정은 특정 재판부에 전담돼 있는 재판정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다수의 증인이 출석해야 하는 경우, 또는 방청객이 많을 거라고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해당 법정 사용을 신청하게 된다. 재판정이 비어 있으면 별도의 허가 없이 신청한 재판부가 사용한다. 최 씨 재판은 지속적으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좌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이곳에서 열린다. 2012년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고인이 동료를 굴착기로 생매장했다는 혐의에 대해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던 사건이다.

 법원은 최 씨 재판에 앞서 추첨을 통해 방청객을 제한했다. 방청객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법정이다 보니 방청객으로 인한 소란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2006년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일명 ‘일심회’ 사건에서는 장 씨를 지지하는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고함을 지르거나 박수를 크게 치는 통에 첫 공판이 휴정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취재진은 법정을 촬영할 수 없지만 대형사건의 경우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개정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정을 촬영할 수 있다. 이날 최 씨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예외’에 따라 이날 취재진은 1분 30초간 법정을 촬영했다. 법원이 최 씨 국정 농단 사건의 중대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에 법정 촬영이 허가된 재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준석 선장과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이었다.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재판도 촬영이 허가됐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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