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첫 재판]재판 지켜본 시민들 표정
최순실에 쏠린 눈 19일 오후 최순실 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방청석에 기자와 방청객이 대거 몰려 있다. 우려했던 법정 소란은 없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본 채희순 씨(70·여)는 “이렇게 나라를 뒤흔들어 전 세계에 망신시켜 놓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다니…”라며 최 씨를 비난했다. 채 씨는 “온갖 부정과 비리로 국민의 힘을 빼놓고 정작 자신은 호의호식하는 최 씨를 직접 보고 싶어 왔다”라며 “사기꾼 DNA는 따로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TV를 통해 최 씨가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을 지켜본 고한유 씨(82)도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죄를 뉘우치고 오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지 기대했는데 여전히 잔꾀를 부리고 있다”라고 혀를 찼다. 이고은 씨(26·여)는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뻔뻔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 씨의 ‘잡아떼기’ 전략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영화 씨(40·여)는 “대통령도 탄핵 사유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마당에 최 씨 등이 짜고 치듯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417호 대법정에서 최 씨 등을 지켜본 방청객들은 이들의 ‘모르쇠’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에서 보여 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법원은 일부 방청객이 흥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날 법정경위 20여 명을 투입했지만 우려했던 소란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2시 10분에 시작된 재판에 앞서 1시간 반 전부터 법정 출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 방청객들은 한 시간 넘게 걸린 확인 절차에도 짜증 내지 않고 묵묵히 순서를 기다렸다. 법원은 16일 공개 추첨을 통해 최 씨 재판 방청권을 80명에게 배정했지만 이날 법정에 직접 나온 시민은 72명이었다.
법정 안팎에서는 외국 취재진의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1시 40분 최 씨를 태운 구치소 호송버스가 법원에 도착하자 AP통신, NHK 등 외신도 호송차량을 카메라로 찍으며 열띤 취재 경쟁을 했다. 일반인 방청석에는 공개 응모에서 당첨된 후지TV, TV아사히 등 일본 취재진 6명도 있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