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수능이 끝났지만 학생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다. 수험생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는 ‘예비 3번 받았는데 빠지는 분 알려주세요’ 같은 글이 다수 올라온다. 수시로 하향 지원했다고 생각했던 대학은 추가 합격되지 않으면 정시로는 꿈도 못 꿀 곳이 됐다. ‘불수능’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대학 가기 힘든 이유를 근본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수능이었던 2015학년도에도 대학 가기는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내신은 한 번 지나가면 끝이다. 뒤늦게 정신 차리거나 가정·교우 문제로 잠깐 성적이 떨어지면 학생부 전형에 지원하기 힘들다. 서울 A대 관계자는 “학생부 전형은 3년간 내신이 계속 좋은 학생이 유리하다. 한 번이라도 잘 안 나오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 기준으로 학생부 전형은 내신이 11% 이내(2등급)에 드는 학생의 전유물이다. 대다수는 수시의 5.9%에 불과한 논술전형이나 전체 모집정원의 29.5%인 정시의 문을 뚫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당수 고등학교가 수능 준비를 손놓은 지 오래다.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대학 가려면 내신 잘 따고 (수능 연계율 70%인) EBS 교재나 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학교는 철저히 학생부 전형 대비 위주로 돌아간다. 일부 엄마는 “학교가 상위권 학생에게 상을 몰아준다”며 전교 1등이 받은 상 개수를 세는 게 일과다. 수시는 붙어도 떨어져도 이유를 알 수 없다. “나보다 성적이 안 되는 애는 수시로 ‘인 서울’ 했는데…”라며 패배감에 젖는 정시 준비생이 한둘이겠나.
“플레이오프에선 항상 베스트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다.” 입학처장 출신 한 교수가 “수시 비율을 줄이고 정시를 늘려야 한다”며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장 고(故) 스파키 앤더슨 감독의 말을 들려줬다. 정규시즌 경기인 페넌트레이스가 학생부 전형이라면 정규시즌 뒤 최종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플레이오프는 수능이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