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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최예나]수시 확대의 그늘

입력 | 2016-12-20 03:00:00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A 군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2과목 모두 1, 2등급을 받았다. 수시 논술전형에선 모두 떨어졌다. 목표로 했던 대학에 정시로 지원하기엔 성적이 부족하다. 수능에서 모든 영역 2∼4등급을 받은 B 양은 A 군이 원하는 대학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A 군은 허탈하다.

 수능이 끝났지만 학생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다. 수험생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는 ‘예비 3번 받았는데 빠지는 분 알려주세요’ 같은 글이 다수 올라온다. 수시로 하향 지원했다고 생각했던 대학은 추가 합격되지 않으면 정시로는 꿈도 못 꿀 곳이 됐다. ‘불수능’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대학 가기 힘든 이유를 근본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수능이었던 2015학년도에도 대학 가기는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2017학년도 기준 전체 모집정원의 70.5%는 수시로 뽑는다. 수시의 85.8%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다. 매년 확대돼온 수시는 2018학년도에 전체 모집정원의 73.7%까지 늘어난다. 이 중 학생부 전형 비중은 86.3%로 올라간다.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평가하는 학생부 전형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내신은 한 번 지나가면 끝이다. 뒤늦게 정신 차리거나 가정·교우 문제로 잠깐 성적이 떨어지면 학생부 전형에 지원하기 힘들다. 서울 A대 관계자는 “학생부 전형은 3년간 내신이 계속 좋은 학생이 유리하다. 한 번이라도 잘 안 나오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 기준으로 학생부 전형은 내신이 11% 이내(2등급)에 드는 학생의 전유물이다. 대다수는 수시의 5.9%에 불과한 논술전형이나 전체 모집정원의 29.5%인 정시의 문을 뚫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당수 고등학교가 수능 준비를 손놓은 지 오래다.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대학 가려면 내신 잘 따고 (수능 연계율 70%인) EBS 교재나 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학교는 철저히 학생부 전형 대비 위주로 돌아간다. 일부 엄마는 “학교가 상위권 학생에게 상을 몰아준다”며 전교 1등이 받은 상 개수를 세는 게 일과다. 수시는 붙어도 떨어져도 이유를 알 수 없다. “나보다 성적이 안 되는 애는 수시로 ‘인 서울’ 했는데…”라며 패배감에 젖는 정시 준비생이 한둘이겠나.

 “플레이오프에선 항상 베스트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다.” 입학처장 출신 한 교수가 “수시 비율을 줄이고 정시를 늘려야 한다”며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장 고(故) 스파키 앤더슨 감독의 말을 들려줬다. 정규시즌 경기인 페넌트레이스가 학생부 전형이라면 정규시즌 뒤 최종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플레이오프는 수능이다.

 1년에 네 번의 시험과 각종 학교 활동을 꾸준히 열심히 했던 학생은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입시제도가 이런 학생들만 승자가 되게 짜이면 안 된다. 교육부는 “정시 확대는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교육은 수시에서 더 기승 아닌가. 수능 대비를 안 시키는 건 학교의 문제다. 내신 좀 안 좋은 학생도 대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