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젠장’은 뜻에 맞지 않거나 불만스러울 때 혼자서 하는 욕이다. ‘제기 난장’의 준말이다. ‘제기’는 ‘제기랄’이고, 난장(亂杖)은 조선시대에 매로 몸 전체를 마구 때리던 고문을 말한다. 난장이 ‘치다’ ‘맞다’와 호응해서인지 사전엔 ‘난장칠’ ‘난장맞을’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한데 이상하다. 언중은 너나없이 사전에도 없는, ‘제기랄, 난장을 맞을’의 준말인 ‘젠장할!’을 입길에 올린다. 입말에서 멀어진 ‘난장칠’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젠장할’을 표제어로 삼는 걸 검토할 때가 왔다.
‘인마’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욕이다. 친한 사이엔 친근감마저 준다. ‘임마’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인마가 옳다. ‘이놈아’의 준말이기 때문. 우리말에서 한 낱말이 줄어들 때는 사라지는 말의 첫소리가 앞말의 받침으로 들어가고, 끝소리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다. ‘이놈아’에서 ‘놈’의 첫소리 ‘ㄴ’은 ‘이’의 받침으로 들어가고, ‘놈’의 끝소리 ‘ㅁ’은 뒷말의 첫소리로 넘어가 ‘마’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야 이놈아’의 준말은? 얌마가 아닌 ‘얀마’다.
말 같지 않은 말이 어지럽게 춤추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