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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KIA의 양현종, 두산의 김현수

입력 | 2016-12-20 03:00:00


 KIA가 국내 잔류를 선언한 에이스 양현종(28)과의 계약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타자 최대어 최형우를 4년간 100억 원에 데려온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KIA가 최형우에게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100억 원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 의지가 워낙 강했고, 실제로 일본과 미국의 여러 팀이 양현종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현종이 요코하마 DeNA가 제시한 2년간 6억 엔(약 61억 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국내 잔류를 결심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KIA가 최형우에게 주기로 한 돈은 공식적인 발표 금액으로만 100억 원이다. 여기에 원 소속 구단 삼성에 준 보상금 14억 원도 더해야 한다. 또 팀의 중심 타자였던 나지완을 잔류시키면서 4년간 40억 원을 썼다.

 그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온 양현종을 잡기 위해선 추가로 최소 100억 원을 더 풀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양현종에 비해 통산 성적이 떨어지는 왼손 투수 차우찬(29)은 삼성에서 LG로 이적하면서 4년간 95억 원을 받기로 했다. 양현종이 차우찬 이상의 대우를 요구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엄청난 지출을 한 KIA가 또 한번 100억 원 이상을 내놓는다는 것 역시 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양현종을 다른 구단에 빼앗겨도 모양새가 이상해지는 건 마찬가지다.

 KIA와 달리 1년 전 이맘때의 두산은 쉽게 고민을 해결했다. 두산은 당시 FA가 된 김현수(28)의 계약 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현수에 대해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100억 원을 줘야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현수가 국내에 남았다면 첫 100억 원의 테이프는 그가 끊었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당시 두산그룹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두산의 몇몇 주력 계열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젊은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김현수를 잡아도, 다른 구단에 빼앗겨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 실마리를 풀어 준 것은 김현수였다. 국내에 남는 대신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2년간 700만 달러(약 83억 원)에 계약을 한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돈은 아끼고,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는 명분도 살릴 수 있었다.

 그보다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은 김현수가 빠진 자리에서 유망주였던 김재환과 박건우가 활짝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올해 김현수의 빈자리에 기용된 둘은 투타에 걸친 맹활약으로 팀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동시 제패를 이끌었다.

 두산의 유일한 ‘과다 지출’은 2014시즌 뒤 롯데에서 FA가 된 왼손 투수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확실한 선발 투수 장원준이 팀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두산은 장원준이 선발진에 합류한 2015년과 김현수가 미국으로 건너간 2016년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여기에 KIA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전체적인 전력이 두산보다 떨어지는 KIA의 상황을 볼 때 양현종이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그를 잡는다면 KIA는 무조건 우승에 도전해야 할 판이다. 스토브리그에서 250억 원을 넘게 썼다면 그만한 책임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겨울의 승자가 반드시 다음 시즌의 승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