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던 여학생, 방송사에 제보… 시사프로그램서 몰카 동영상 촬영
목 끌어안는 등 성희롱 실태 드러나… 외교부 “현지 조사후 귀국시켜 처벌”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 여학생에게 입맞춤을 하려는 모습이 현지 방송 프로그램 몰래카메라에 포착됐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A 씨는 여학생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으며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여학생이 “(나의) 어디가 좋으냐”라고 묻자 A 씨는 “(너의) 눈, 입술, 가슴”이라고 답했다. 또 “(너는) 좀 섹시한 편이다”라거나 “너는 너의 가슴이 싫으냐”, “특별한 이성친구 아니면 애인 어떠니” 등 성적 수위가 높은 발언을 했다.
방송 진행자가 A 씨에게 성추행 동영상을 찍었다고 알리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하자 A 씨는 “제발 부탁한다”며 허리까지 숙이고 공개하지 말라고 사정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현지 방송은 올 9월 A 씨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14세 칠레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제보하자 다른 여성을 A 씨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진행했다. 방송 마지막에 출연한 칠레 여학생의 부모는 “내 딸도 저런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칠레 교민들은 이번 사건이 중남미 한류 열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산티아고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칠레인들이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와 A 씨에 대한 험악한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칠레 교민 게시판에는 ‘현지 여성들에게 한국 국비 장학생을 추천해 준다며 치근덕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의 아내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등 A 씨의 성추행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유종 pen@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