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내 살처분-격리 역대최대 69건 확진에도 집단발생은 5곳에 그쳐
지난달 28일 오전 8시 반경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청에 신고가 들어왔다. “평소보다 2, 3배의 오리가 죽어 있다”는 식용오리 사육농장 주인의 목소리였다. 검사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온 직후인 오후 10시 40분에는 도살처분 담당 인원이 배치됐다. 이튿날 오전 4시엔 아오모리 현 직원과 자위대가 농가에 도착해 방역 작업을 시작했고 이날 중 오리 1만7000여 마리에 대한 도살처분이 끝났다. 그 사이 중앙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AI 확진 판정이 나온 당일 오후 11시경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AI정보 연락실이 설치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올겨울 AI 확진 판정 건수는 18일 현재 13개 지역 69건(사육조류, 분변, 물 검체 포함)으로 과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AI의 집단 발생은 5건에 그쳤다. 철저한 경계와 방역시스템 덕분이다.
올해 AI와의 씨름은 지난달 18일 가고시마대에서 현지 채취한 환경시료(새 둥지의 물)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로부터 시작됐다. 사흘 뒤 아키타(秋田) 현 등에서도 AI 확진 보고가 들어오자 환경성은 같은 날 AI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3으로 올렸다.
일본 정부 지침에 따르면 도살처분은 24시간 이내에, 매장은 72시간 안에 완료하도록 돼 있다. 니가타(新潟) 현의 한 농장에서는 지난달 28일 죽은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하루 뒤 닭 31만 마리를 도살처분했다. 동시에 농장에서 반경 10km 안에 있는 농장 59개소의 닭과 달걀 출하를 금지하고 농장으로 가는 길에 검문소를 설치해 드나드는 차량을 소독하는 등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 나고야의 한 동물원은 12일 시설에서 죽은 조류 5마리 중 3마리에서 AI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동물원 시설을 잠정폐쇄했다.
철새를 관장하는 환경성, 사육조류를 관장하는 농림수산성,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제각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겨울을 맞는다. 11월이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발생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이들은 “AI를 100%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