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의 웃음, 그 이후]올림픽 양궁 2관왕 장혜진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장혜진은 “나는 어릴 때부터 활을 잘 쏘던 선수가 아니어서 늦게 빛을 봤다. 그러다 보니 조금 잘 쏘는 날이 있어도 절대로 자만하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동을 해 온 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장혜진(29)은 “올림픽 이후에는 나도 모르게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말,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신경이 쓰여요”라며 웃었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뒤 장혜진은 스타가 됐다.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고, 식당에서는 주문하지 않은 메뉴를 서비스로 줄 때도 많다.
여기저기 찾는 곳도 많아졌다. 2관왕도 2관왕이지만 4년 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이겨 낸 성공 스토리가 장혜진을 더 돋보이게 했다. 런던 올림픽 때 3명을 뽑는 여자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해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던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턱걸이를 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강연을 해 달라는 대학과 홍보대사를 맡아 달라는 정부기관이 있는가 하면 군부대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지난달 ‘2016 대한민국 여성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윤곡여성체육대상을 받는 등 상복도 터졌다.
그래도 장혜진은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언제 또 오겠나’ 하는 생각으로 올림픽 이후의 시간을 즐겼다고 했다. “감독님께서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실컷 즐기라고 하셨어요.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랬다. 즐기는 건 한때였다. 장혜진은 12일 다시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내년 3월에 열리는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서다.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아침 운동한 뒤 식사하고 8시 반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훈련, 점심 먹고 오후 1시 반부터 6시까지 오후 훈련, 저녁 먹고 7시 반부터 또 개인 훈련…. 올림픽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리우 올림픽 남녀 대표팀 각 3명을 포함한 2016년 국가대표(남녀 각 8명)는 올해 9, 11월에 열린 1, 2차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남녀 선수 8명씩과 벌이는 3차 선발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2017년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프로 팀이 없는 아마추어 선수로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했으면 대성공한 인생이다. 그런 장혜진에게 더 높은 목표가 남아 있을까? “올림픽에서 2관왕을 했으니 기대 이상의 목표를 이룬 셈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즐기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싶긴 한데 올림픽 후 국내 대회 때 막상 사선에 서 보니 또 이기고 싶고 그게 마음처럼 잘되지 않더라고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아요.”
이종석 wing@donga.com·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