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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혈변 증상… 단순 치질인줄 알았는데 대장암이라고?

입력 | 2016-12-21 03:00:00

혈변 환자 10명중 1명 대장암
대장선종 생기고 암으로 발전해

중장년층 갑자기 치핵 생기면
반드시 대장암 검사 해봐야

대부분 복강경-로봇수술 시행
최소 절개로 통증-흉터 적어




 #2년 전부터 대변을 보고 나면 간간이 출혈이 있던 김동길(가명·59) 씨는 자신의 증상을 단순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 들어 출혈이 잦아지고 소화도 잘 안 돼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대장암’ 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대장암 초기로 진단받아 간단한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통해 암을 제거했다.

 겨울철이 되면서 치핵(치질의 진단명) 환자가 늘고 있다. 치핵은 혈변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혈변이 나올 경우 단순히 치핵으로만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혈변은 치핵 외에도 대장암, 게실염, 대장용종, 염증성 장질환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변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인 68%가 치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29%에서는 대장용종(colon polyp)이 동반됐다는 집계가 나왔다. 또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10%에 달했다고 보고됐다.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는 선종(양성종양)이 발견됐다.

치핵이나 혈변이 발생했을 때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대의료원 제공



의심된다면 대장암 검사 필요

 대장암은 주로 대장점막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대장선종(용종)이 먼저 생기고 이 선종이 암으로 발전한다. 드물게 정상 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는 실정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체중 감소, 배변 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경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범규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혈변이 나온다면 검사를 고려해 봐야 한다”며 “모든 치핵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20, 30대 젊은 사람이 혈변을 본다면 단순 항문질환인 치핵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40대 이후 중장년층인 경우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등 평소와 다른 배변 변화,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 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대장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중앙대의료원 제공



복강경, 로봇수술 통해 대장암 제거


 대장 점막에 국한된 조기 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다. 그 외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절제 수술이 필요한데,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 범위를 결정해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대장암 수술을 진행한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방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이른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한 대장수술은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생률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숙련된 의료진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 대장암 5년 생존율은 7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선종이 있는 경우에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장내시경은 비교적 안전한 검사”라며 “최근 들어 전 처치를 위해 복용하는 하제도 과거에 비해 양도 적고 복용하기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