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서 외화벌이에 내몰린 북한 건설노동자 2600여 명은 50도가 오르내리는 숨 막히는 폭염 속에서도 하루 14시간이나 일한다. 본보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계약서상으로는 월급 900달러(약 107만 원)를 받지만 고작 150∼200달러를 손에 쥘 뿐이다. 하수도도 갖추지 않은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식사가 부실해 음식점 쓰레기통을 뒤진다. 카타르는 술 판매가 제한된 곳인데도 할당된 충성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비밀 공장을 차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주까지 판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심해지면서 이런 식의 외화벌이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외화가 3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140억 달러인 북한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0%가 넘는 액수다. ‘현대판 노예노동자’에게 김정은 체제의 존속을 의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털어놓은 북한 실상도 노예사회나 다름없다. 고위 군 간부나 보위성 간부들은 집집마다 도청장치가 설치된 특정 아파트에 함께 살게 한다는 것이다. ‘투명 감옥’이 따로 없다. 작년 5월 총살당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은 집에서 잘못 말한 얘기가 도청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북 주민들은 밤에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며 동경심을 키운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가 망명하면서 두 아들에게 “이 순간부터 너희들의 노예 사슬을 끊어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