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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30개짜리 계란 한판’ 자취 감춰

입력 | 2016-12-21 03:00:00

현실로 다가온 ‘계란 대란’
동네 빵집선 부부가 한판씩 사오고 식당-분식점들도 “달걀 빼야할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 파동’으로 제빵업과 분식업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에서도 달걀 판매를 제한하고 값을 추가 인상하자 일반 소비자들 또한 달걀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달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및 제과업계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파리바게뜨 빵집을 운영하는 김승연 씨(41)는 “주말 전까지만 해도 본사에 달걀 신청 수량이 무제한이었는데 이번 주부턴 하루 1판으로 제한됐다”며 “부족한 물량은 마트에서 구해야 하는데 1인 1판(30개)으로 제한이 생겨 나와 집사람이 한 판씩 따로 사왔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나래 씨(34·여)도 “예전엔 달걀 5판이 항상 준비가 돼 있었는데 지금은 3판뿐이다. 직원들한테 ‘비싼 달걀 깨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충고했다”라며 씁쓸히 웃었다.

 일반 식당과 분식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는 이모 씨(30)는 “1판에 4600원대였던 달걀이 7000원대까지 올라가니 부담이 크다. 최악의 경우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낮추더라도 달걀을 빼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진선주 씨(57·여)는 “가격이 오를까 봐 지난주 일요일 달걀 17판을 사다가 아껴 쓰고 있다”며 “김밥 지단(알고명)이 떨어지면 본사에서 이를 대체할 재료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김밥에 지단이 없는 게 말이 되냐”며 한숨을 쉬었다.

 롯데마트가 달걀 30개짜리 판란에 대해 1인 1판으로 판매 제한을 시작한 첫날인 20일 우려했던 마트와 소비자 간 실랑이는 없었다. 30개짜리 판란 자체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주일 전부터 판란의 수급 상황은 안 좋았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이후 수도권 점포 매대에서는 판란이 거의 사라졌다. 30개짜리 판란은 10개나 15개짜리에 비해 개당 가격이 저렴하다.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차이에 좀 더 민감한 저소득층이나 달걀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판란을 미리 많이 구매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달걀을 활용해 쿠키 비스킷 등 과자를 생산하는 제과업체들도 달걀 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제품에 사용되는 달걀들은 일반 달걀보다 유통 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제과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걀을 건조시킨 달걀파우더 등을 대체 재료로 얘기하고 있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수급에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아직까지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수급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 최악의 경우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연 lima@donga.com·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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