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테러 공포]獨서 최소 12명 사망-48명 부상
동정민 특파원
20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베를린 서부 번화가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옆에서 만난 한스 카르베 씨(66)는 처참하게 부서진 채 견인돼 가는 트레일러트럭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18일 밤 같은 시간 이곳에서 ‘글뤼바인’(따뜻한 와인에 향신료를 넣어 만든 술)을 마셨는데 하루만 늦게 왔으면 나도 희생자가 될 뻔했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직후 한 시민의 신고로 사건 현장에서 1.5km 떨어진 전승기념탑 근처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를 통해 독일에 들어온 파키스탄 출신 난민 23세 나비드 B다. 그러나 클라우스 칸트 베를린 경찰청장은 “구금하고 있는 이 남성이 트럭 운전사인지 확신할 수 없다”라며 경계 태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만약 진범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트럭 조수석에서는 폴란드 국적의 한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남성은 용의자에게 살해된 트럭 운전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연방검찰은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독일 특공대는 20일 오전 4시 용의자가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난민센터가 있는 남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격납고 시설을 덮쳤다.
다음 날 테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베를린에서 16년 동안 살았다는 슈테판 씨(30)는 경찰을 향해 “우리는 난민이 더 필요하다”라고 소리쳤다. 난민 수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반어법으로 조롱한 것이다. 그는 “무슬림 난민들이 일부러 크리스마스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베를린의 심장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라며 “이게 모두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고성을 질렀다.
테러 용의자가 난민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더욱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공격을 행한 범인이 독일에 망명을 요청한 난민으로 밝혀진다면 “한층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베를린=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