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사무실은 책상과 책장을 넣으면 한두 명이 오가기에도 벅차다. 주무관 한 명이 의원 세 명을 위해 자료를 수집한다. 반면 넓은 국회의원실에는 5, 6명이 상시 근무한다. 이도 모자라 여러 명의 인턴이 일하는 의원실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서도 정책보좌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열심히 일하는 시의원들은 “정책보좌관을 못 둔다면 대학 연구소나 리서치단체에 연구용역을 줄 수 있게라도 해 달라”라고 주장한다. ‘○○구 30대 워킹맘들이 제일 원하는 보육 서비스’ ‘××구 노인정 개선 방안’처럼 지역에 맞는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예산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소식도 들린다. 2017년 서울시 예산안을 둘러싼 잡음들이다. 내년 서울시의회 의정 활동 홍보비는 올해 14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경기도의회가 올해 의정 활동 홍보에 40억 원 가까이 쓴 데에 비하면 오히려 이것도 적은 감이 있다”라고 말한다.
권역별 의정 홍보물도 작성해 돌릴 계획이다. 의정보고서는 원래 시의원이 자비로 만들어 배포하는데 내년 서울시 예산안은 시 예산으로 의원들의 홍보물을 만들어 유권자에게 뿌리도록 돼 있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정되지도 않은 홍보물 사업을 놓고 벌써부터 크고 작은 업체들이 의원들에게 줄을 댄다는 소문이 서울시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가까운 관계에 있는 업체를 위해 계약 조건까지 고치려 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렇게 비정상적 방법을 통해 진행된 사업은 뇌물이 오가는 비리로 이어지고 이는 곧 세금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직책도 없이 민간인 신분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쥐락펴락한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 지방의회의 무리수 예산과 부정 의혹은 푼돈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16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 수의계약은 차은택 씨 관련 업체에 돌아갔다. 수백억 원씩 세금을 쓴 최순실 씨도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도 “전 대통령들도 다 이렇게 했다”고 강변한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