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비상’. 평년보다 2주 가량 빠르게 나타난 독감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독감이 기승이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감기와 독감은 원인부터 다른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감기(common cold)는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 200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코와 인후를 중심으로 하는 상기도 감염 질환이다.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대개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서 예방백신을 만들 수 없다.
2015년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로 인한 최종 사망자수는 38명이다. 그런데 매년 찾아오는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2000명(기여사망자 포함)이 넘는다. 전 세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만 그렇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의 50배가 넘는 수치다.
그런데 메르스와 달리 독감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새로운 것이 아니고 언론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조용히 누군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2016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독감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겨울이면 으레 반복되는 가벼운 유행성 질환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선 의사들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예년에 비해 2주 가량 일찍 시작된 데다 확산속도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독감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1918~1920년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A형 - H1N1)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만큼 사망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10만 명의 미군 중 4만4000여명이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
이와는 반대로 2015년에는 TV를 켜면 메르스 소식 일색이었다. 2015년 여름은 언론에 의해 메르스 공포가 과장됐고, 2016년 겨울은 언론에 의해 독감의 위험성이 축소되고 있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우리나라에서 1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지난해 5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1988년 1만2000명이 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매년 2000명이 넘고, 독감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가 많을 때는 2000명이 넘는 국가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