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명품거리 ‘트럭 테러’]동정민 특파원 현장 르포
동정민 특파원
“이런 큰 사건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범인이 잡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소름 끼쳐요.”
19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서베를린 중심가의 트럭 테러를 귀갓길에 목격했다는 17세 고교생 마빈은 몸서리를 쳤다. 20일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장소에서 만난 마빈은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며 불안해했다.
독일 경찰은 튀니지 출신 난민을 새 용의자로 지목했다. 테러에 사용된 트럭의 운전석 아래에서 발견된 임시거주증에 따르면 용의자는 1992년 튀니지 남부 도시 타타우인에서 태어난 아니스 A(24)다. 지난여름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현지 언론 슈피겔은 용의자가 아흐메드 A를 포함해 최소 4개의 가명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 아니스 A
경찰은 임시거주증이 발급된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용의자를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용의자로 체포됐던 23세 파키스탄 출신 난민 신청자는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풀려났다.
트럭 소유자로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폴란드인 남성은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지만 현장에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도주 중인 범인이 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숨진 폴란드 남성의 몸에는 칼자국도 있어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난민 포용 정책을 펴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로 향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한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켈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난민의 유럽 유입을 독단적으로 허용해 독일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까지 테러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동정민 특파원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