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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청소년이 선호하는 이공계

입력 | 2016-12-22 03:00:00


 청소년의 장래희망은 그해 일어난 이벤트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와 ‘허준’이 방영되고 그해 카이스트와 한의대의 입시경쟁률이 급등했다.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해에는 실용음악과 경쟁률이 수백 대 1로 치솟았다. 아이돌 그룹이 TV를 점령한 시대이다 보니 가수에 대한 학생들의 선망도 여전하다. 

 ▷교사는 몇 년째 초중고교 학생들의 희망직업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직업이다. 2001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1위를 내어 준 적이 없다. 학생들이 근접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역할모델이고 직업 안정성이 높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직 교사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과는 대비된다. 직업 안정성에 비해 보수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초중고교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이공계 연구원이 3개나 등장해 흥미롭다. ‘생명·자연과학자 및 연구원’ ‘정보시스템 및 보안전문가’ ‘기계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란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진학에도 취업에도 이공계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이공계 직업 선호에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열풍을 몰고 온 알파고와 포켓몬고 충격, 시험 대신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는 자유학기제 영향도 있을 것이다.

 ▷AI 사물인터넷 유전자가위 3D프린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의사나 법조인 등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런 흐름에 앞서 나가자는 생각이 청소년들에게 확산되는 것 같다. ‘쿡방(요리 방송)’의 영향으로 요리사 선호도가 높아지고 가수 등 재능이 필요한 직업에 대한 막연한 선호는 하락했다. 외환위기로 이공계 출신 인력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으면서 이공계 기피가 만연했는데 알파고가 이공계 부활의 방아쇠를 당긴 것 같아 반갑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