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박 대통령이 밀어붙였다는 점에선 나도 찜찜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좌편향으로 점철된 과거의 다수 검정 교과서로 배우게 할 순 없다. ‘검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을 때는 교육부가 고치라고 지시하면 된다’고 반대론자는 주장한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북한의 주체사상 선전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대목과 사회주의 계열 무장 독립 단체가 한국광복군보다 비중 있게 다뤄진 부분 등 41건을 수정하라고 검인정 교과서 발행사 7곳에 명령했다. 하지만 6개 출판사의 집필진 11명은 수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기각당하고 이후 1심, 2심에서 패소하고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다. 소송이 정당한 절차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명령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정도라면 어떻게 검정 체제로 교과서를 만들어 운영하겠나 싶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국정화다. 박정희 미화가 많다는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공과(功過) 분량을 5 대 5로 맞췄더라도 ‘과가 많은데 왜 미화했냐’고 주장할 수 있고 과오 부분에 어떤 단어를 썼느냐에 따라 ‘사실상 공을 부풀린 셈’이라는 반대 이유가 나올지 모른다. 이건 객관적 사실의 오류가 아니라 주관적 의견이다. 잘못된 사실을 지적하진 않고 주관적 주장만으로 비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 등의 공로가 서술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부분에 과오는 왜 빠졌냐며 측근과 가족이 뒷돈을 받았다거나 불법으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내용을 넣자고 하면 받아들여야 하나?
대통령이 탄핵의 대상이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점과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어느 단체의 주장이 실렸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올바르고 객관적인 사실이 분명하게 기록돼 아이들이 좋은 역사관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느냐에 주목하면 된다.
요즘 나오는 국정 교과서 반대 주장을 보면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핵심 목표는 온데간데없다. 그보단 자신의 정치 성향을 세상에 알리는 한편 학교 현장에서 좌편향된 사고를 주입시키기 어렵게 되자 반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과 장점을 주장하면 합리적 반박보단 박정희 박근혜 미화론자로 여론몰이하는 일부 반대론자의 거친 행태도 문제다. “나는 무조건 맞고 너는 언제나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