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령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변화에 민감하여 세련된 사람은 참 매력적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사람 또한 그러하다. 요즘 같은 세상엔 이러한 이들은 매력을 넘어서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니, 누구나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야 더 어울리겠다. 새로운 생각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한결같은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 일이 있고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몸과 마음의 쉴 곳 없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리며 창의와 혁신이라는 명목 아래 수업마다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야 하는 그들의 젊음이 안타깝다. 도서관 고시원, 심지어 카페에서 공부할 자리마저 그들에게 충분하지 않다. 본격적인 4차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학생도 교수도 지쳐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쳐가는 몸과 마음에서 즐거운 상상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 대학가는 몸과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 한 학생이 과제로 발표한 참고 영상이 가히 충격적이다. 세련된 묘기를 보이는 코끼리 한 마리를 키워 내기 위해 조련사는 훈련 내내 날카로운 꼬챙이로 피가 나도록 코끼리 몸을 긁어댄다. 이 조련사가 교실에 서 있는 나처럼 느껴지는 슬픈 날이다.
현은령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