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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꺼삐딴리 닮은 기회주의자”… 여권-국민의당은 러브콜

입력 | 2016-12-22 03:00:00

[대선정국 빅뱅]정치권, 반기문 행보에 반응 엇갈려
정진석 “보수의 대반격 준비”… 이재명 “가면 바꿔 쓴 꼭두각시냐”
박지원 “우리 당에서 경선하자”… 안철수는 “좀더 지켜보겠다”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과 함께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치권보다 국민 목소리 들을 것”

 반 총장의 향후 행보는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정당과 (계)파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없다” “1월 중순에 귀국해 각계 지도자를 만나보겠다” 등 20일(현지 시간) 뉴욕 특파원과의 간담회 발언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정치권의 특정 정파에 즉각 합류하지 않고 한동안 독자 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반 총장 귀국에 앞서 자발적 지지단체 등이 속속 발족하고 있다. 또 반 총장에게 국내 상황과 향후 행보에 대한 전략 보고서를 올리는 팀이 서울 광화문 인근과 강남구 학동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우선 국민에게 지난 10년 동안의 유엔 사무총장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 여권과 국민의당의 ‘러브콜’

 하지만 반 총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권에선 반 총장 영입전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내 충청 지역 의원들은 “반 총장을 돕겠다”며 적극적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이 과거처럼 인치(人治)나 지역주의로 정치의 대세가 결정되는 구습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명분 없이 (탈당 등을 통해)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보수의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종필(JP) 전 총리를 만난 한 충청권 의원도 “반 총장이 많은 분을 뵙겠다고 했으니 여야를 뛰어넘지 않겠느냐”며 “JP도 ‘반 총장만 한 인물이 없다’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늘푸른한국당도 내년 1월 11일 중앙당 창당대회에 반 총장을 초청했지만 귀국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반 총장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 측 인사에게) 반 총장이 우리 당으로 와 경선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반 총장이) 아직 현직이고 정치 결심을 밝히지 않았다. 좀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 민주당은 반 총장 견제 나서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반 총장은)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도 못한 신의 없는 사람”이라며 “여의도 정당판의 이합집산에 주판알을 튕기는 기회주의적 정치 태도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반 총장은 고위공직에 있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가면을 바꿔 쓰고 친일독재 부패세력의 꼭두각시가 되려 한다면 촛불광장 시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소설 ‘꺼삐딴 리’ 속의 이인국 박사와 반 총장이 꼭 빼닮았다. 일독을 권한다”고 논평했다. 소설 속 이 박사는 일제치하에서는 친일,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는 친소, 월남(越南) 뒤 미군정에서는 친미주의자로 변신하며 성공을 거듭한 인물이다.

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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