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풀이로 알아보는 AI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일까지 도살처분(예정 포함)된 닭과 오리는 2084만9000마리에 이른다. ‘계란 대란’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19일 항공기로 계란을 수입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가격이 국산보다 30% 이상 비싸고 항공료까지 물어야 하는 외국 계란을 사오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동아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AI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왜 AI 박멸이 힘든가.
Q.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있는 곳을 지나기만 해도 사람이 전염될 수 있나.
A. 아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의 호흡기 세포와 결합하는 것과 포유류의 세포에 결합하는 것, 두 종류로 나뉜다. 올해 유행하는 H5N6형 바이러스는 포유류의 세포에는 잘 달라붙지 않는다. 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노출되면 위험하다. 중국에서 보고된 H5N6형 인체 감염 사례는 가금류 사육사나 요리사에게서 일어났다.
Q. 이대로 가면 치킨을 못 먹는 것 아닌가.
A. 치킨은 계속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닭은 산란계가 아닌 육계다. 지금까지 도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의 20.8%나 되지만 육계는 0.8%로 피해가 거의 없다. 또 백신을 맞은 닭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AI 백신의 바이러스는 동물 체내에서는 증식할 수 없어 위험하지 않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고기를 75도에서 5분만 익히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Q. 철새가 AI의 전파 원인으로 꼽히는데….
A. 단정하기 어렵다. 18일에는 철새도래지가 없는 전남 구례에서도 AI 확진 판정이 났다. AI가 전국 각지의 농장에서 동시다발로 확산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철새가 발병 원인이라면 발생 지역이 이 정도로 분산될 수 없다. 올해도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토착화 등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Q. 꼭 도살처분을 해야 하나.
A.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격리다. 도살처분 후 매립으로 AI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백신으로 가금류의 폐사를 막는 것이 도살처분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살처분은 윤리·환경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