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23>교통선진국을 가다 프랑스의 보행자 안전 비결
프랑스 파리 외곽 국도에서 파리 도심으로 들어갈 때 보이는 지명 표지판(왼쪽 사진). 반대로 도심에서 나갈 때는 지명에 대각선이 그어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오른쪽 사진). 두 표지판을 통해 운전자는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파리=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지난해 프랑스 인구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53.8명. 한국(89.7명)의 약 60% 수준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461명 중 보행자 비율은 13.5%에 불과하다. 한국(38.8%)의 약 35% 수준이다. 프랑스가 교통안전 수준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단순한 제한속도 체계 △보행자 배려의 운전문화 △엄격한 처벌이다.
○ 지명 표지판만 보고 속도 줄인다
프랑스 도로 체계는 한국과 비슷하다. 도시부(주거지와 상업지구가 있는 곳. 통상 행정구역보다 좁은 편이다.) 도로와 주거지 등이 몰려 있는 곳의 이면도로, 외곽의 국도는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특별히 지정한 구간을 제외하면 통상 제한속도는 △이면도로 30km △도심 도로 50km △국도 70km △고속도로 110km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도로에 진입할 때마다 제한속도를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도로 환경만 봐도 제한속도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있는 도로는 도시부에 있다. 도시부에서 신호등이 없는 곳은 골목길 같은 이면도로다. 도시부를 나가서 중앙분리대가 있으면 고속도로, 없으면 국도다. 도로 폭은 제한속도가 낮은 구간일수록 좁아진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프랑스 같은 속도 체계의 관건은 운전자들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도심 제한속도는 보행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프랑스는 면허를 줄 때 엄격한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 과속 잘못하면 면허정지 3년
반면 과속을 하면 운전자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제한속도보다 시속 50km 이상으로 달리다 적발되면 최대 1500유로(약 186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제한속도를 60km 초과하면 벌금 12만 원을 낸다. 프랑스에서는 최대 3년간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과속 정도가 심하면 경찰이 현장에서 차량을 압수할 수 있다. 같은 20km 과속이라도 도심에서 적발되면 벌금이 2배 가까이 오른다.
프랑스는 2010년 교통안전 전담 조직인 내무부 소속의 교통안전 정책조정국(UCLIR)을 만들었다. UCLIR는 보행자 안전을 포함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UCLIR를 이끌고 있는 제롬 비조냉 총경은 “UCLIR에서 논의된 정책 사안은 총리 직속기관인 교통안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며 “교통안전위원회는 ‘안전은 모든 정부 부처의 몫이다’는 정책기조를 반영해 경찰청뿐 아니라 교육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 안전과 건강까지 고려한 영국의 제한속도
케빈 클린턴 왕립사고예방협회(RoSPA) 도로안전 총괄은 “살찐 사람들을 더 안전한 거리에서 운동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 내부나 대형마트 주차장도 모두 도로로 인정한다. 한국의 경우 이런 ‘도로 외 구역’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이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등 교통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템스밸리 경찰청 크리스 애플비 경사는 “영국은 관습법도 인정하기 때문에 도로 외 구역도 사회 통념상 도로와 차이가 없다면 똑같은 법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파리·런던=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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