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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동용]“청문회? 코미디야 코미디”

입력 | 2016-12-23 03:00:00


민동용·정치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사가 “손님, 오늘 오전 청문회 보셨어요?”라고 묻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주 코미디예요. 코미디. 우병우(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기껏 불러다 놓고 지들(의원들)끼리 한 시간을 넘게 싸우더라고요. 허허.”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 얘기였다. 이른바 태블릿PC 진위를 놓고 위증(僞證)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것을 TV로 봤다는 운전사는 한심하다는 투였다.

 이날로 다섯 차례 청문회까지 마쳤지만 기억나는 것은 증인들의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와 의원들의 “국민이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보를 받아 14일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최순실 녹취록’이 그나마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의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자업자득이다. 이날 5차 청문회만 해도 18명의 증인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나온 증인은 단 2명이다. 최순실 정호성 같은 주요 증인은 수감을 이유로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국회모독죄 고발 운운하지만 전례를 볼 때 벌써부터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증도 마찬가지다. 법에 따르면 위증을 한 증인이나 참고인에 대해 국회가 고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통해 위증임이 밝혀질 때까지 꽤 시일이 걸린다. 거짓말이 확정됐을 때는 그 사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수그러들었거나 국회의 고발 의지도 거의 사라진 다음이다. 국회 스스로 청문회의 ‘위엄’을 세우지 못해 온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의 한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거짓말을 할 때 눈을 세 번 깜박거린다”며 ‘놀라운’ 관찰력을 뽐내기도 했다. 의원들은 증인들이 “모른다” “아니다”라고 했을 때 이를 뒤집을 능력이나 준비가 부족했다. 그저 “또 거짓말이야”라고 다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는 그저 ‘씻김굿’ 같은 통과의례 정도로 보기도 한다. 그게 전부라면 국민이 너무 허전하지 않겠는가.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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