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특검-헌재]특검, 대가성 정황 진술 확보 거액 지원하는 삼성이 서둘러 코어스포츠 관계자 “이상한 계약…선수 선발권도 崔씨 측이 가져” 박원오, 훈련지원 등 계약이행 재촉…崔“꼴값 떨지 말라”며 바로 해고
독일 전지훈련을 구상하고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에서 한솥밥까지 먹던 그가 최 씨에게 내쳐진 뒤 “다 불겠다”라고 선포한 것은 최 씨뿐 아니라 코어스포츠에 총 257억 원을 건넨 삼성에도 아킬레스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을 향한 수사로 돛을 올린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최 씨 간의 ‘이면계약’을 의심케 하는 진술은 또 있다. 승마 비용 지원 계약 전인 지난해 8월 하순경 독일에 입국한 최 씨를 마중 나온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빨리 계약을 하자고 한다”라며 “꼭 이번 달 안에 해야 한다고 그런다.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보고했다는 것. 당시 대화를 지켜본 코어스포츠 관계자는 “느낌상 삼성에서 부탁할 게 있고 돈을 주고 코를 걸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거액을 지원하는 ‘갑’인 삼성이 오히려 계약을 서둘렀던 데는 최 씨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뒤바뀐 이상한 계약이었다. 장애물 부문 3명, 마장마술 3명 등 승마선수들이 모두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선발권도 돈을 주기로 한 삼성이 아닌 최 씨 측에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팀 총괄감독을 맡기로 한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틀어지는 계기가 된다. 박 전 전무는 장애물 선수를 선발하고 최 씨가 마장마술 선수를 선발하기로 합의했지만, 번번이 박 전 전무의 천거가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돈을 받았으니 선수를 채워야 한다”라고 하자 최 씨는 “나가라”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최 씨는 “누구 맘대로 선발해, 누구 때문에 이게 만들어졌는데 꼴값 떨고 있다”라며 그의 흉을 봤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의 자금 지원이 특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 씨 측에 계약 주도권이 있었다는 정황은 삼성의 대외비 계약서인 ‘독일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 계약의 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8월 20일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코어스포츠는 운용 비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불과 엿새 후 체결한 계약서 부속물에는 이 수수료가 15%로 오른다. 금액으로 치면 약 5억 원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더 주게 되는 셈이다.
코어스포츠 자금 집행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전무가 ‘삼성 돈이 들어오면 그거로 (최 씨) 집을 사면 된다’라고 말했다”라며 “삼성이 보내 준 돈은 정유라 씨와 그를 보좌해 주는 인물들에게 사용됐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보내 주는 돈을 코어스포츠에서 쓰면 영수증을 첨부해 월마다 삼성에 보내고 새로운 인보이스(거래 상품의 주요한 사항을 표기한 문서)와 회계 자료를 받는 식이었다. 최 씨 측이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을 삼성이 처음부터 알았을 가능성과 삼성의 돈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