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노예’ 北해외노동자]국제사회 제재 성과 가시화
“지난해 북한 노동자 156명에게 비자를 내줬지만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단 한 명에게도 신규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폴란드 외교부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질문에 “폴란드는 노동자와 관련해 북한과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고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 어떤 활동도 한 적이 없다”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북한 노동자를 받아 주는 폴란드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센 데 따른 것이다.
폴란드 국가고용감독원은 북한 노동자를 채용한 기업에 올해만 15차례 조사를 나가 북한 노동자들의 부당 취업과 인권 침해 실태를 살폈다. 2013∼2015년 3년간 13회였던 데 비하면 단속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하지만 단 한 건의 불법 사례도 적발하지 못했다. 대개 서류 위주 조사가 이뤄지는데, 북한이 현지에 차려 놓은 인력 송출 회사가 각종 서류를 가짜로 준비해 놓아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계약상의 월급을 수령했다는 가짜 사인을 미리 받아 놓는 식이다.
폴란드는 올해 6월 법을 개정해 유럽연합(EU) 밖에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입국 전 노동자의 개인 정보와 신상명세서, 근무하게 될 회사와의 계약서를 미리 제출하도록 했다. 입국 전 제출한 계약서와 다른 업종이나 기업에서 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인력 송출 회사를 거쳐 폴란드에 노동자를 보낸 뒤 여러 작업장에서 일을 시키며 임금을 빼돌려 온 북한 정부에는 치명타다. 6월 법 개정 이후 북한이 노동자를 보내겠다고 신고한 건수는 ‘0건’이다.
신규 비자가 금지되면서 북한 노동자의 추가 유럽 진출의 길은 막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미 나와 있는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폴란드 정부에 적발된 불법 북한 노동자 39명 대부분은 비자 연장 과정에서 허위 내용을 보고한 이들이었다. 폴란드에 있으면 이리저리 뜯기더라도 한 달에 100달러는 손에 쥘 수 있어 노동자들은 길게는 7년간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중노동을 하며 버틴다고 한다.
바르샤바=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