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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못먹고 닭고기는 안먹어… 농가 ‘이중고’

입력 | 2016-12-23 03:00:00

AI 도살처분 보상액 1400억 넘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촉발된 ‘계란 대란’이 ‘닭고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1일까지 도살 처분(예정 포함)된 닭과 오리는 2231만6000마리에 이른다. 특히 이번 AI의 주 타깃이 된 산란계는 1532만4000마리가 도살됐다. 전체 산란계의 21.9%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역시 전체의 38.6%인 32만7000마리가 도살 처분돼 계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닭고기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육계협회는 이날 농식품부에 제출한 성명서에서 방역대책 조정을 요구했다. 정부가 AI 발생 농가에서 반경 10km를 방역구역으로 설정하고 모든 가금류 농가의 입식(入殖·가축을 외부에서 들여와 기르는 것)을 금지하면서 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김수용 한국육계협회 과장은 “전국 1500여 개 육계 농가 중 절반 정도가 병아리 입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태로 한 달 정도 지나면 닭고기 공급도 절반 가까이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식품부는 “닭고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AI가 육계에는 피해를 거의 입히지 않은 데다 수급 차질이 우려되면 미국·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늘리면 된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와 관련업계는 오히려 닭고기 소비 위축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상경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지금은 AI로 인한 닭고기 소비 위축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국내 닭 가공업체 1위인 하림 측은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12월 셋째 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줄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닭고기 매출이 10∼20% 줄어든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병아리 입식 중단이 지속된다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만 닭은 계란에 비해 수입이 쉬워 수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I 피해로 농가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 등 비용도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섰다. 22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살처분 가금류 2000만 마리에 대해 정부가 지출할 보상금과 지원금, 방역비 등은 총 1437억 원에 이른다. 올해 이전까지 가장 피해가 컸던 2014년에는 1396만1000마리를 도살했고 보상금은 1017억 원이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