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았다는 보도가 시사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측근은 “황당무계한 음해”라고 부인했고, 박 전 회장 측도 “돈을 건넨 적이 없고 검찰 조사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터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반 총장이 돈을 받았다는 2005년 5월은 노무현 정권의 외교부 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고려할 때이고, 2007년 초는 유엔 사무총장 취임 직후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기까지 국가 예산으로 지원받기 힘든 돈이 필요했을 수 있다. 여기에 박 전 회장이 노 정권 인사들의 자금줄이었다는 사실과 결부시켜 이전에도 반 총장과 박 전 회장 간의 금품수수설이 떠돌았다. 그러나 시사저널 보도는 취재원이 모두 익명인 데다 당사자와 수사 관계자가 하나같이 부인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혹 반 총장의 돈 수수가 사실이더라도 현재로선 공소시효가 끝나 형사처벌은 어렵다.
금품 수수 의혹은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시사저널 보도를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 반 총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번 의혹 제기는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그에 대한 검증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총장이 정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시사저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이를 계기로 검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