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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캐럴송 vs 야광 태극기… 주말 광화문서 촛불-맞불 집회

입력 | 2016-12-26 03:00:00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서 시작한 촛불집회가 성탄절 전야인 24일 축제의 장(場)으로 진행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날 9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 명(경찰 추산 3만60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전국적으로는 70여만 명(경찰 추산 5만3000명)이 몰렸다.

“퇴진하라” 24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9차 촛불집회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산타 복장으로 나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참가자들은 오후 5시 본집회, 오후 6시 행진을 거쳐 오후 8시경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 뒤 오후 10시경 해산했다.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광화문광장 곳곳은 집회라기보다는 성탄절을 앞둔 주말 축제에 가까웠다. 사전 행사로 열린 ‘청년 산타대작전’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청년들이 “청와대로 수갑을 선물하러 가겠다”며 캐럴을 개사한 피켓을 흔들었다. 이들은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동화책과 산타클로스 모자, 사탕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캐럴을 시국을 풍자하는 노래로 바꿔 부르는 ‘시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코너에서도 시민들은 ‘촛불 이겨서 하야한다면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를래’(‘징글벨’을 개사)처럼 박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탄핵의 주장을 담은 무대를 선보였다.

 시민들은 성탄절과 촛불집회를 함께 즐기기 위해 가족끼리, 연인끼리 광장을 찾았다. 대학생 김소현 씨(20)는 “즐거운 성탄절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박근혜 퇴진’을 꼽았다.

 청와대와 국무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방향 행진도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과 법원이 8차 촛불집회와 달리 헌재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근처까지만 행진을 허용하자 일부 시민들은 장난감 ‘뿅망치’를 법봉(法棒) 삼아 경찰버스를 두드리는 ‘헌재 판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탄핵 무효”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친박 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친박 단체들도 이날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대한문 앞 등지에서 잇달아 집회를 열고 헌재에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것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가 16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5000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일부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에 불만을 제기해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친박단체 회원들은 저녁이 되자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에 맞서 야광 태극기를 준비해 흔들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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